Angels & Demons (Mass Market Paperback) -  댄 브라운 지음/Pocket Star Books |
대학시절 이후 제자리 걸음인 독해실력으로 568페이지나 되는 영문소설을 읽으려했던걸 후회했습니다. 소설 한권을 거의 1년이 넘게 읽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했으니 말이죠. 잠자리에 들기 전 몇페이지씩 보려고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더니 아내가 '하루에 한페이지? 10년쯤 뒤면 읽겠네..'하더군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속도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제대로 책을 잡고 남은 절반을 일주일만에 끝냈네요.
끝냈다.. 네.. 책거리했다는 느낌입니다. 전에 봤던 다빈치 코드보다 읽기가 좀 더 어렵더군요.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장과 5장을 넘기지 않는 챕터 구분은 동일합니다만, 이태리가 배경이라고 중간중간 이태리어가 불쑥불쑥 나오는 바람에 흐름을 방해하고 사용하는 단어나 배경이 되는 사물, 건축물들의 묘사가 어려웠습니다.
Aladdin의 바람소리님이 리뷰(http://blog.aladdin.co.kr/793432193/659425)에서 '다빈치 코드의 습작'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딱입니다. 비슷한 부분을 모아볼까요?
- 이야기 전개방식이 거의 쌍둥이입니다. (괄호안의 첫번째가 다빈치코드, 두번째가 천사와악마) 이상한 '기호'가 있는 참혹한 살인(루브르에서의 살인, 연구소에서의 살인) 랭던 교수와 여주인공의 등장 배후 음모 조직(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수께끼 풀기 (Aniagram 및 암호풀이, 4대 원소의 상징 Ambiagram) 의외의 범인이 밝혀지면서 급격히 종결 (이건 밝히면 스포일러겠죠?)
-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도 논쟁거리입니다. 특히 종교적으로 말이죠 : 다빈치 코드에서는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죠. 예수가 죽지 않고 결혼해서 살면서 자손을 낳았다. 그 자손이 상징하는 바가 성배다.. : 천사와 악마에서는 과학과 종교간의 첨예한 갈등 속에 수백년전부터 과학을 대표하는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의 흔적이 바티칸/로마 곳곳에 남아있다는 주장을 폅니다.
다빈치코드와 비슷한 점을 하나하나 비교해가면서 보다보면 '이 작가가 영화 시리즈 만들 작정하고 책을 썼구나. 무슨 미이라 1/2, 인디아나존스 1/2 대본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에서 독자들을 흡인했던 사실과 허구, 음모와 논리적 설명을 잘 버무린 플롯은 '천사와 악마'에서도 상당한 내공을 보여줍니다. 소설가로서 Dan Brown의 탁월함은 스티븐 킹이나 존 그리샴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Brown이 '엄청난 사전 조사, 비주얼 강한 묘사, 파격적 주제'로 승부하는 약간 다큐멘터리에 강하다면 킹이나 그리샴은 캐릭터의 성격, 주변 인물과의 갈등 같은 좀 더 전통적인 드라마에 재능이 있죠.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 같은 작품이 discovery 채널이나 history 채널에서도 재미있는 소재가 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사와 악마'가 나름 다빈치코드 대비 선전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과학과 종교라는 수백년간의 해묵은 논쟁거리를 최첨단 '반물질'이라는 대표주자와 신성의 대표인 '바티칸 교황'을 한데 묶어서 풀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책의 중반 부분 Camerlengo(교황시종-재무관: 작품의 주인공 중 하나입니다)가 바티칸 광장에 운집한 군중을 상대로 하는 연설은 꽤나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을 파고드는 맛이 있었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불을 주면서, 적절히 경고하고 주의하는 방법을 일러주지 않느냐?"는 비유로 통제할 수 없는 과학의 파괴적 부작용을 경고하는 것이지요. 물론 책을 읽다보면 이런 멋진 연설에 깔린 Camerlengo의 또다른 모습이 드러나기는 합니다만.. (영화와 책을 안본 분을 위해 이하 생략합니다). 기호학자가 주인공인 소설답게 성서의 창조(Big Bang)을 과학적으로 설명할수도 있거나, 극소량으로도 도시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반물질의 의미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소재와 작품의 주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사실 로마와 바티칸을 구석구석 알고 있는 사람이 봤다면 이 소설의 재미는 3배 4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로마와 바티칸의 지리적, 문화적인 유산은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입니다. 다빈치코드를 읽고 나서도 거기 나왔던 작품과 박물관, 교회를 둘러보고 싶더니만 이 소설은 한층 더하더군요. 네.. 실제로 '천사와 악마' 출간 이후 소설속의 장소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4459002), 로마에는 'office angels & demons tour' 관광 상품이 생겼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 핵심 장소로 등장하는 바티칸 깊숙이 있는 몇몇 곳은 못가보지만 말이죠...
다음 달에는 영화가 개봉한다죠? 다빈치코드 영화가 그 수많은 기호와 의미들을 짦은 시간에 화면으로 담아내느라 고생만(?) 많았다면, 이번 작품은 로마-바티칸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원작보다는 짧은 시간내의 사건을 담겨 있으므로 그나마 약간 수월하면서, 영화적 액션(?)도 가미되어 있으니 한번 기대해볼렵니다.
PS. 바티칸에서는 이 책을 판매금지 요청도 했었고, 영화촬영할때 장소사용을 금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찍었을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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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ndyko.egloos.com2009-04-14T10:50:270.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