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 이후 25년. 호모 엑세쿠탄스
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민음사




호모 엑세쿠탄스 1
이문열 지음/민음사



학술서적도 아닌 소설책이 ~판을 거듭하며 중편에서 장편으로 거듭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것 같다. 그것도 첫 발간된지 25년이나 지난 후에 다시 새로 판을 찍어서 서점에서 팔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사람의 아들'의 후편이라고 자처하는 작품이 동일 작가에게서 또 나오는 경지라면 이 사실만으로도 이 두개의 작품을 번갈아서 읽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듯하다.

어제 방에 들어와서 내친김에 3권까지 내리 읽어버리고 나서 드는 느낌.. '벅차다'
작가가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도 그렇고 그걸 이해해야 하는 내 머리도 그렇다.

구성은 사람의 아들과 약간 비슷한듯 하다. '액자식' 구성이라고 해야 하나? 주인공 신성민에게 간간히 보내오는 이메일의 내용과 유대인의 역사서인 '요세푸스'에 담긴 각종 해방신학, 유대 역사의 이야기들 사이에 현실의 이야기는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옴직한 '평행우주론'의 개념을 빌려와서 무슨 판타지 소설 보는 것처럼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현실의 정치 이야기가 뒤범벅이 되어 있다. 게다가 그 문체란... 20대의 의식과잉 시절에는 그저 멋들어지게 보이기만 했던 그 현학적인 글은 이제 3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 숱한 'business, technical' 문서만 다루게 되는 입장에서 보면 지독한 독자 유린이다. 한국말인데 한국말 같지 않은 명사형 문장과 고난도의 어휘들의 잔치란..

그리고 그 X-file을 연상시키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괴기스러움은 뭘까? 재림한 그리스도로 묘사되는 보일러공이 사람들의 병을 치유해주고 그 병을 대신 옮아온다는 설정은 X-File의 season 8 에서 인디언 주술적인 치료방식을 다룬 에피소드의 장면을 연상시켰고, 어찌보면 편집적이기까지 한 소위 '진보' 진영 정치진영이나 적그리스도의 등장은 X-File의 핵심 테마인 '음모론'의 플롯과 꼭 닮아있었다. 그것도 소설의 재미를 위한 방법이라면야 상관없긴 하겠지만 그런 음모론을 풀어놓으려 했다면 차라리 짜임새 있는 스릴러같은 소설이 더 그럴듯 했을법 했다. 고원정이나 김진명 같이 약간은 황당하지만 선굵은 사회, 정치적 배경을 담은 통속소설처럼 쓸 수는 없었던 것일까? (사실.. 그런 소설을 쓰는 이문열.. 잘 어울리진 않는다)

유대의 역사와 한국의 정치 상황을 절묘하게 대치시키는 점도 재미있는 시도이긴 했으나, 다소 억지스러움과 비약이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어쩌면 이것조차도 소설적 장치이고 사실 역사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안나올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별로 대수롭진 않겠으나, 중간중간 작품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유대 역사 설명 부분은 활자마저도 작고 읽기 어려운 돋움체 형식이어서 눈이 다 따가울 지경이었으니 이것도 작가에게 투정부리고 싶은 점이라면 한가지가 되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출판계에 정말 맘에 안드는 것인데.
기껏해야 700~800 페이지정도로 약간 판형을 키우면 한권으로도 족히 담길만한 내용을 굳이 소규모 판형에 글자만 시원시원하게 키워서 3권짜리로 만들어놓은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 원서 문고판으로 10,000이면 살수있는 해리포터 5편 같은 것은 거의 900페이지에 가까운데도 한권으로 만드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5권! 으로 친절하게 나눠주고 나서 한권당 10,000씩이니 이게 도대체 뭔 일인가? 번역하면서 분량이 곱절로 늘기라도 했다는 말인지?
인구수도 작은데다가 독서량도 많은 편은 아닌 국내 시장, 게다가 요즘은 PDA/PMP에서 읽을 수 있는 불법 text file에 웬만한 소설책은 도서 대여점에서 빌려 읽는게 일상화된 한국에서 책을 팔아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려고 해도, 결국 그런 출판 관행이 점점 더 책을 사보는 것을 꺼리게 만들수도 있다는 것은 모르시는지?

호모 엑세쿠탄스를 읽으려 생각하고 계셨던 분.. 다시 생각해보시라.
- 과거 '사람의 아들'에서 받았던 신선하고도 지적인 소설의 맛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차라리 2판 개정본이 나온 사람의 아들을 다시 읽어보시고,
- 정치상황을 어떻게 그려놨는지 궁금하신 분은 보수 진영의 누리꾼들이 모여있는 웹사이트에서 게시물을 쭉 읽어보시는 것이 나을듯 하다.

PS. 나 역시 진보-보수 편가르기가 그리 마음 편하진 않지만 굳이 내가 어느편이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에 훠얼씬 동조적인 성향이다. 그런 내가 보기에도 쫌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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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ko | 2007/02/12 22:00 | Personal LOG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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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jstnwlekd at 2007/02/16 02:43
제가 호모 엑세쿠탄스의 책을 읽고난 후의 소감이 여기에 다 쓰여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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