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사고, 생각을 뒤집어라 -  우치다 카즈나리 지음,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옮김/3mecca.com(쓰리메카닷컴) |
일본 BCG에서 나온 책이 제법 됩니다. (http://www.alad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 B2B 마케팅, 전략 인사이트, 리더쉽 테크닉, 그리고 이번에는 가설사고라는 이 책도 대열에 합류했군요. 모두 읽기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 큼직큼직한 도해, 실무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한 컨설팅 기법들을 잘 버무려 놓은 책들입니다. 막상 다 읽고 나면 더 얇게 만들었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 내용의 깊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Hypothesis-driven approach 혹은 management란 용어는 컨설팅 회사에 가면 어디나 나오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참 전달하기도 습득하기도 어려운 개념입니다. 책에 보면 가설은 '현재 시점의 답'이라고 정의 되어 있죠. 처음 컨설팅을 하면서 '가설을 세워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산업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프로젝트 첫날부터 '답'을 내라고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긴가 싶었습니다. 이 '가설사고'라는 것을 고객에게 설명할때도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열심히 분석해서 정답을 찾아야지, 미리 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맞추면 어떡합니까?" 물론 이 질문에는 가설의 명확한 정의와 컨설팅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섞여있긴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설은 결코 '정답'은 아니며, '끼워맞추기'를 하는게 아니라 '검증'을 해나간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질문의 핵심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도대체 정확히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기도 전에 답을 구한다는게 가능한 것이냐고..
저자는 단연코 이것이 가능하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이해해서 거기서부터 결론을 도출한다는 전제에 기반한 '총망라적 사고'-가설사고의 반대 개념으로 책에서 소개-는 결국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만큼 했으니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을 위한 변명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라고 단언합니다. 사실상 요즘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는 것이 더 중대한 리스크라고 한다면, 가설사고를 통해서 결론을 재빨리 도출하고 검증해보고 실행 후 재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저도 일정정도 동의합니다. 비즈니스에 객관적인 해답이 있어서 아무리 오래 걸려도 그걸 풀어낼 수 있다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으면 모를까, 요즘같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는 오히려 제한된 정보 내에서 말이 될만한 원인을 해석해보고 전략을 빨리 실행하면서 수정하는 방법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가설사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가설사고가 아닌 방법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는게 도움이 됩니다. 보통 전략 수립 작업 순서가 만약 다음과 같다면 이는 가설사고가 적용된 방식이 아닙니다.
1. scope을 정하고나서 research를 통해서 finding을 도출한다 2. Finding을 바탕으로 '전략적 옵션'을 정한다 3. 전략적 옵션(보통 낙관/비관/보통)에 따라서 재무적 효과를 측정한다 4. 주요 의사결정자와 토의를 거쳐서 조정한 후 최종본을 만든다
미리 슬라이드의 타이틀이 적혀있는 '빈 슬라이드 채워넣기'식으로 작업을 했든, 미팅 중에 '가설이 뭐야?'라는 주제하에 토의를 했든 이 방식은 근본적으로 '분석 결과를 종합하기'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더더욱 안좋은 것은 의사결정자와 토의를 할 때 만약 전략적 옵션이나 문제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한 그러기 쉽습니다. 의사결정자는 중간의 논리와 근거가 어찌됐든 그 전략의 Impact를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큰일이 나는거죠.
그래서 가설사고는 항상 '결론'부터 시작합니다. 결론은 반드시 그 실행 상의 의미를 가져야 합니다.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자' 같은게 아니고 '남성고객 세그먼트에 경쟁사 A 대비 디자인 상의 제품 우위를 가지고 채널 프로모션에 집중하자' 같은 실행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논리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가 있어야 하겠죠. 스토리라고 해서 슬라이드의 제목들이 나란히 연결되서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쭉 이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토리의 구조가 결론이 먼저 나오든 뒤에 나오든 '설득력'있게 전달될 수 있는 논리적 구조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표현, 키워드 등을 갖춰야 한다는 거겠죠.
제 생각엔 가설사고가 책 앞띠지에 있는 일을 세배나 빨리 하는 방법 뭐 그런 비급은 아닙니다. 단지 저자가 맨 처음부터 말하고 있는 명제는 깊이 공감합니다. 정보를 많이 분석한다고 질 좋은 의사결정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어떤 조직에서 만약 의사결정할때 너무 이론적이고 복잡한 분석을 많이 요구하거나 타인의 의견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기만 한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절대로 실행력을 갖추지 못할 거라는 지적은 “analysis paralysis”에 빠져서 아무 결정도 못하고 현금만 쌓아놓고 있는 기업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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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ndyko.egloos.com2008-10-16T08:39:320.3610